묵상나눔

말씀이 육신이 되어 - 배이화 (20250810)

design_newbud 2025. 10. 16. 23:38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며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공동체 식구들과 나눈 바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 마음에 새긴 부분을 공유합니다. 

- - -
여느 때보다 더 긴 거리를 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신을 육체적으로 소모시킨다. 그리고 나 자신이 능력에 한계가 있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식한다.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의 육체를 아주 근소하게나마 강화한 결과를 낳는다. … 분한일을 당하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 된다. 

누가 뭐래도 이것이 나의 육체이다. 얼굴이나 재능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가 있어도 달리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열어 거기에 남아있는 것만 써서 적당한 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사과와 양파와 치즈와 매실 장아찌 밖에 없다해도 불평하지 않는다.
- - -

달리기를 진지하게 내 삶에 들이고 있는 과정에서 이 글을 읽었을 때 기쁨이 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달리기의 육체적 고통이 습관성 우울감, 처지에 대한 비관과 분노를 잊을 수 있게 해주는 경험을 했습니다. 매뉴얼을 읽거나 구체적인 방향지시를 귀찮아하는 내가 달리기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달리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습관성 우울의 빈도는 낮아졌습니다.

음악 프로듀서, 릭 루벤의 <창조적 행위>의 몇 부분도 소개합니다.  

- -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미리 결정한다고 해서 가장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일단 영감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행되어야만 의미가 부여된다. 예술은 예술가의 계획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대부분의 예술가는 자신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우주가 이끄는 거대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에 더 가까워진다. 
- - -

인형극 창작 과정의 정체기에 이 글들은 재료를 사기 위해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우주의 거대한 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에 마음이 웅장해지고 나갈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안에 거하신다.’ 
이 요한복음의 1장의 말씀은 예수님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육신이 되신 33년간 많은 행적들을 남기셨습니다. 그것은 제자들에 의해 텍스트로 남았습니다. 그 텍스트, 말씀은 누구의 육신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 각 사람에게 새겨져 삶으로 드러난, 또 드러날 말씀들은 무엇일까요. 

어떤 말씀이 큰 울림을 줄 때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성경과 더불어 하나님의 지혜가 깃든 작가들의 다양한 텍스트를 읽읍시다. 그리고 말씀에 스스로를 비춰 단지 좋은 말로 허공에 맴돌지 않고 삶을 바꾸는 열매로 맺어봅시다. 말씀이 우리 육신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우리의 예배도, 독서도, 연설도 껍떼기에 그칠 뿐입니다. 이를  위해 기록을 하거나 이렇게 공동체에게 나누는 일은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말씀을 우리 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할 때 주님이 우리를 인도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