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나눔

수명 혁명 시대의 신앙 - 이재우 (20250921)

design_newbud 2025. 10. 18. 09:18

얼마 전 회사에서 갑자기 부장들을 모아놓고 AI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또 무슨 AI가 대단하다 이런 막연한 내용의 교육일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사뭇 달랐습니다. 저에게 신입사원 지원자들의 프로필을 나누어 주면서 이 중에 어떤 직원을 뽑아 함께 일할 것인지 면접을 보게 하는 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람이 아니라 여러 AI 도구들이 가상으로 입사지원을 한 상황이었습니다.  ChatGPT는 발표를 잘 하고, 제미나이는 업무 도구들을 잘 활용하고, 미드저니는 멀티미디어를 잘 다루는 식이었습니다. 이제 진짜로 회사가 사람을 안 뽑고 AI로 대체할 생각이구나 싶어서, 저도 요즘엔 뒤늦게나마 여러 AI 도구들을 사용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AI 혁명에 가려져 있지만, 그 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올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수명 혁명’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몇 살일까요?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한 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 1994년에는 29세였습니다. 2022년 세계 평균 중위연령은 30세였습니다. 즉 한창 젊고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하는 허리 역할인 셈이죠.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46.7세입니다. (저랑 이화가 46세입니다.) 그리고 이 중위연령은 계속 빠르게 올라가서 아마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여기 계신 4~50대들은 60대가 되고, 70대가 되어도 계속 계속 허리 역할을 하며 열심히 노동을 하게 될 운명입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회사에 들어와 부서장이 되고 임원이 되었을 때, 저는 그 밑에서 이 분들을 모시며 계속 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방울 넣으면 10시간 동안 노안이 없어지는 약은 벌써 FDA 승인을 받았고, 노화를 1/3 이상 늦추는 약들도 앞다투어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이제 사람들이 120살, 140살까지 사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달라지고 있습니다. 나이에 맞춰 학교에 가고, 시험을 보고, 경력을 쌓고, 돈을 벌고 60살 정도 되면 은퇴를 준비하고… 이렇게 지난 수백년간 모두가 당연한 듯 살아온 방식들이 순식간에 당연하지 않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AI와 수명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정작 AI에게 제가 앞으로 얼마나 살 지 물어보면 절대 120살 이렇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AI는 평균수명 데이터를 가지고 80살 정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연구가, 뇌과학자 등 전문성과 상상력을 가진 사람만이 120살을 이야기하고 이런 시대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미래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수많은 소설가와 영화감독들이 그려온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바쁜 와중에도 허황된 소설, 만화, 영화를 보면서 놀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AI를 신입사원으로 뽑겠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결국 AI는 신입사원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회사의 경영진에게 의사결정을 위한 자료를 보고하는 업무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꼼꼼하게 자료를 만든다 해도, 결국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는 사람의 경험과 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하나님을 믿는 것도, 이성보다는 감각의 영역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무신론자였던 C.S.루이스도, 어느날 친구들과 마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마차에서 내렸는데, 자신이 어느새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고백합니다.


이제 사람은 더 오래 살면서 더 많은 죄를 지을 것입니다. 세대 갈등은 더 커지고, 빈부의 격차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 역시 더 심해질 전망입니다. 이 모두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과 고민거리입니다. AI는 가질 수 없는 신앙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만의 감각을 키우고, 그 방향이 바른 것인지 믿음의 공동체와 함께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이 것이 급격히 변하는 세상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함께하는 새움교회 공동체 여러분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