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움공동체는 올 초부터 성경을 함께 읽어오고 있습니다. 고대 근동에서 작성된 이 텍스트는 종종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당시 통용되던 상식과 윤리가 현재의 것과 너무나도 다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성과 아동, 외국인 멸시. 권위주의에서 오는 공동체의 지나친 강조와 연대책임 등등을 볼 때면 아이들과 함께 읽는 것이 민망해지기도 합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들이 있습니다. 윤리는 시대에 따라, 그 문화권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지구 반대편의 교실이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 뿐 아니라 새로 출근하는 직장이나 신학기의 새학교, 반을 접할 때도 이것이 낯설 때가 많은데 하물며 고대ㅡ근동의 것이 우리에게 생경하지 않을리 없습니다.
읽고 있는 책, 후안 엔리케스의 <무엇이 옳은가>에서 그 이유를 기술의 진보로 말하고 있습니다.
윤리의 변화를 가장 급격하게 추동하는 원인은 기술이다. 기술은 옳고 그름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은 지금은 우리가 야만적이라고 생각할만한 행동들을 했다.
야만적이지만 당시에는 옳았던 행동들, 우리의 경우에는 성경에서 가장 많이 찾고 있지요. 한편 과거에는 치명적 죄악이라고 생각되었던 일들 - 일례로 피임이 있습니다. 과거의 영향력있는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을겁니다. 생육하고 번성해야 하는데, 피임이라니! 기술의 발전으로 비롯된 생산성 증대와 수명연장으로 인해 오늘 날 피임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유전자 지도가 밝혀지고 유전자 조립, 조합 등의 기술이 가능해진 지금 어떤 생명윤리가 현재의 것을 대체할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저런 유전자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게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미래인은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진리를 믿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수천년전 쓰여진 텍스트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천착하라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변함없는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지혜롭게 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이렇게 알 수 없는 세상 속, 변함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입니다. 예수님도 '하나님은 사랑이라'말씀하셨지요. 기독교인들에게 사랑하라는 말은 1+1은 2다 와 같이 익숙해진 말입니다. 때로는 타인을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폭력을 포장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랑의 발현은 '겸손'이 아닐까요. 아마도 기술의 진보는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더 빠르게 일어날 것입니다. 인간행동의 비밀들이 더 밝혀지고 유전자 편집 등의 기술이 인간성을 새로 정의하게 될 때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과학자들을 입다물게 하고 죽이기까지 했던 기독교인들의 우를 더 범해서는 안되겠지요. '우리가 믿는 것만이 옳고 그 외의 것은 다 그르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겸손은 매력과도 직결됩니다. 아집으로 뭉친 사람이나 공동체에 가까이 가서 말을 섞고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드뭅니다. 겸손은 듣는 사람, 끝없이 공부하는 사람, 다정한 사람이 되도록 우리를 이끌 것입니다.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랑의 발현은 공동체와 연결되어 스스로와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쏟아지는 정보들과 알아야할 것만 같은 복잡한 이슈들 속에서 모니터와 작은 액정 속에 빠져들어질식하고 표류하지 않도록 이웃과 친구가 우리를 붙들어 줄 것입니다. 만납시다. 눈을 마주치고 함께 호흡합시다.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려 줍시다. 각자의 자리에서 진리를 살아내는 방식들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를 격려하고. 나와는 다른, 그래서 경이로운 너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며 나의 우리 삶의 길을 조율해 나갑니다. 사랑이자 지혜이신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묵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랑할 용기를 내는 오늘 - 강덕임 (20251005) (0) | 2025.10.18 |
|---|---|
| 수명 혁명 시대의 신앙 - 이재우 (20250921) (0) | 2025.10.18 |
| 초심 - 민서현 (20250907) (0) | 2025.10.18 |
| 여름방학을 시작하는 다짐 - 이상준 (20250831) (0) | 2025.10.18 |
| 새로운 2학기를 시작하는 다짐 - 민지후 (20250824) (0) | 202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