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나눔

고3 일기 1편 - 민지후 (20250601)

design_newbud 2025. 10. 16. 23:28

시간이 너무 빠르게 벌써 고3이다. 나에게도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이 있었고 항상 “내가 수능을 보긴 할까, 언제 어른이 될까”등의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막상 고3이 된 3월까지 내가 고3이랑 사실을 믿지 못했다. 


은은하게 미친게 뭔지 궁금하다면 고3에게 찾아가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람마다 달라서 은은하게가 아닌 그냥 완전 미친 고3을 만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미칠 것 같은데 일상이 왠지 잠잠하면서 이미 미쳤나? 생각이 들면서도 생각은 정상회로를 돌리고 있다. 어쩌면 나도 핀트가 하나 나가있는 것 같다. 이것을 언제 알아쳈냐면 야자실에 쌓아놓은 달달구리들이 줄어들지 않았을 때이다. 나에겐 무적이었던 사탕, 초콜릿, 젤리들이 이제는 잘 땡기지 않는다. 진짜 미친 것 같다. 머리는 핀트가 나갔어도 마음만은 꽤 괜찮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고1,2 때보다 정신적으로 확실히 건강하다. 행사같은 것을 이제 안해서 그런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안만나서 그런가? 감정소비할 일이 많이 없다. 이것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꿈틀리에 다니고 일반학교에 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자유롭던 학교에 비해 고등학교는 딱딱하고 효율적이면서 비효율적이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이게 학교인지 감옥인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급식이 맛이 없을 때, 배식해주시는 분이 음식을 던져주실 때,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딱딱하게 앉아있다가 종이 치면 기계적으로 일어나서 몸을 풀 때, 학번으로 불릴 때 등 기분이 오묘하다. 난 왜 여기있는거지?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대안학교에 나온 친구들 중 나를 안부러워 하는 친구들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일반학교 초중을 나온 경험을 부러워했다. 그 친구들은 내가 ‘일반’사람이라고 느꼈을까? 그 ‘일반’이 뭐라고. 사실 그 아이들의 케이스가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험일텐데 말이다. 어쨌든, 난 요즘 일반 고등학생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애들이 말하눈 일반이 이 일반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난 성적이 중간인 학생. 별로 특출나지 않은 학과. 어중간한 대학교. 성적이 나올 때마다 자존감이 낮아진다기 보단 앞으로의 인생에서 “넌 이정도 까지야”라고 학습하는 것 같다. 자신의 성적표를 보고 만족하는 학생은 전교에 얼마나 있을까. 마냥 절망적이라기보단 그냥 그저 그런 체념했다. 


우리집은 집에서 성경을 읽는다. 그렇게 성경을 읽기보다는 학교 기도회나 목사님과 있을 때 더 잘 와닿는다. 이번 스승의 날에 고1때 계시던 목사님을 찾아뵀다. 학교의 이런 저런 뒷 이야기, 목사님의 말씀, 대학 조언 이런 것들을 해주셨다. 이 목사님에 대해선 차차 말할테지만 할 말이 정말 많다. 내가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던 분이고 난 이 분을 뵐 때마다 항상 운다. 학교 기독교인 친구들, 목사님들이 내겐 큰 힘이 된다. 이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의 고3도, 지난 1,2년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따뜻한 보호 아래에서 고3 생활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다.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섬길 수 있는 힘이 있음에 감사한다. 
절망적인 고3이 아닌 버틸 수 있는 고3을 보낼 수 있음에감사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찬양 가사로 마치겠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눈물날 일 많지만 기도할 수 있는 것
억울한 일 많으나 주를 위해 참는 것
비록 짧은 작은 삶 주 뜻대로 사는 것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