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움칼럼

맛보아 알지어다 - 민경찬 목사 (20240922)

design_newbud 2025. 10. 11. 22:06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34:8) 시편23편에서 다윗은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평생 자신을 따라다닐 것이라고 선포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인생의 순간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고백하고 노래했고, 그 노래들이 시편의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선하심이 다윗을 평생 따라다녔을 때, 그의 인생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좋은 일만 계속 이어지고, 그를 대적하는 나쁜(?) 사람들은 바로 바로 망하고, 힘든 일과 문제들은 빨리 해결되었을까요? 성경의 기록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처럼 보이는 일들이 계속 반복해서 그에게 일어났습니다.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라’고 노래했던 그 순간도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다윗이 아비멜렉 앞에서 미친 체 하다가 쫓겨 가서 지은 시”라고 적혀 있는 시편34편의 표제를 살펴보면 그 때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다윗은 시기심으로 인해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 왕을 피해서 이웃 나라 블레셋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이스라엘의 유명한 장군 다윗을 알아본 신하들 때문에 살기 위해 침을 그적거리며 미친 척을 해야 했습니다. 


자, 이 이야기의 어느 대목에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느낄 수 있습니까? 다윗이 지금 뭐 잘못한 일이 있습니까? 아무 잘못도 없이 지금 억울하게 도망자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다윗은 유명한 장군이었습니다. 정말 폼 나게 골리앗을 죽였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꼴입니까?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정말 비참한 상황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요? 이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은 과연 선하십니까? 그런데 바로 이 죽다 살아난 일을 경험한 직후에 다윗이 이렇게 노래한 것입니다.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선하심’은 히브리말로 [토브]입니다! 좋구나! Good!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 할 때, 바로 그 ‘좋다!’입니다. 이 상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 상태입니다. 이것이 바로 ‘토브’ 즉 ‘여호와의 선하심’입니다. 이 선하심을 ‘맛보아’ 알라는 것입니다. 그냥 지식이나 개념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알라는 것입니다. 그럼 다윗이 맛보아 알게 된 그 하나님의 선하심은 무엇입니까? “내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내게 응답하시고 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지셨도다.”(시34:4)


다윗은 이 다급한 상황에 하나님께 기도했고, 그 기도응답으로 건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무슨 기적이 일어난 것이 아니고, 골리앗을 죽인 것 같은 큰 성과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상황은 여전히 최악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 순간에 선하신 하나님을 생각했고, 하나님께 기도했으며, 도우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가 어쩌면 억울하게 도망자가 된 다윗의 형편 같을 수 있습니다. 적의 나라인 블레셋이 다스리는 왕국 같을 수 있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일 수도 있고,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가득한 어둠의 권세 아래 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의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져 버린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 수 있는 현실이라는 시공간입니다. 


온 우주에 죽음이 가득합니다. 그 죽음으로 가득한 거대한 우주 속에 생명이라는 기적으로 존재하는 것, 그것도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으며, 심지어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고, 그 하나님과 소통하며 사귈 수 있는 놀라운 존재인 ‘사람’으로 살고 있다면, 그 자체로 ‘우주 최고의 기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주님의 선하심의 증거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 세상엔 기쁨만 있지 않습니다. 고통도 있고, 슬픔도 있습니다. 낮도 있지만 밤도 있고, 열매 맺는 가을도 있지만, 매서운 바람 부는 겨울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하나님의 선하심을 나타내는 것입니까? 모두 다입니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우리 인생을 구성하고, 그 인생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경험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성도입니다. 


우리의 삶의 자리에 기쁘고 감사한 일들도 많지만, 우리가 원치 않는 일들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으면 감당할 텐데, 어떤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는 큰 어려움이 오기도 합니다. 그 때, 우리는 주님을 찾고, 주님께 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삶의 자리 깊숙이 들어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더욱 깊이 경험하고, 그분의 선하심을 우리 삶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의 자리에서,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전체를 선물로 주시고, 그 모든 것을 통해 우리와 교제하시며, 우리를 빚어 가시고,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더 깊이 알기를 소망합니다.